SALINK Founder · 2026-11-06

다른 나라, 비슷한 식탁: 우즈베키스탄 카잔 케밥과 레바논 카스탈레타

중앙아시아의 가마솥과 레반트의 양갈비, 서로 다른 조리법에서 발견한 뜻밖의 공통점

다른 나라, 비슷한 식탁: 우즈베키스탄 카잔 케밥과 레바논 카스탈레타

다른 나라, 비슷한 식탁: 우즈베키스탄 카잔 케밥과 레바논 카스탈레타

중앙아시아의 가마솥과 레반트의 양갈비, 서로 다른 조리법에서 발견한 뜻밖의 공통점

한국의 작은 중앙아시아, 그리고 가마솥 속의 케밥

지난번에도 이야기했듯이, 내가 사는 지역에는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의 음식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제법 많다.

차로 10분 남짓 달리면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중앙아시아 출신 사람들과 고려인들의 생활권과 상권이 형성된 곳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할랄 음식점과 마켓은 물론, 무슬림들이 예배를 드리는 마스지드(Masjid)도 있다.

그곳을 찾을 때마다 흥미로운 것은, 멀리 떨어진 나라의 문화가 어느새 한국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음식 가운데 유독 인상적인 요리가 하나 있다.

바로 카잔 케밥(Kazan Kebab 또는 Qozon Kabob)이다.

한국에 지역마다 이름난 국밥이 있듯, 카잔 케밥은 커다란 솥에 고기와 감자를 넉넉하게 익혀 내는 우즈베키스탄의 든든한 고기 요리다.

우선 이름부터 재미있다.

'카잔(Qozon/Kazan)'은 중앙아시아에서 사용하는 커다란 가마솥을 뜻한다. 러시아에도 카잔이라는 이름의 도시가 있는데, 그 도시의 이름이 솥과 관련되었다는 설도 전해진다.

도시가 자리한 지형이 움푹 파인 솥을 닮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부터, 전설 속에서 솥을 강물에 빠뜨렸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물론 지명의 정확한 기원은 단정하기 어렵다.

아무튼 오늘의 주인공은 러시아의 도시가 아니라 가마솥 속의 케밥이다.

꼬치가 없는 케밥도 있다?

한국에서 케밥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튀르키예의 도네르 케밥(Döner Kebab)을 떠올릴 것이다.

얇게 썬 고기와 채소를 빵에 싸 먹는 음식 말이다.

혹은 꼬치에 고기를 끼워 숯불에 굽는 시시케밥(Şiş Kebab), 중앙아시아의 샤슬릭(Shashlik)이 익숙할 수도 있다.

그런데 케밥이라는 말이 반드시 꼬치구이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케밥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고기 요리를 가리킨다. 구워 먹기도 하고, 볶기도 하며, 때로는 솥 안에서 천천히 익히기도 한다.

카잔 케밥은 바로 그 마지막 경우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음식이다.

큼직하게 썬 양고기나 소고기, 때로는 닭고기에 소금과 향신료를 더한다. 여기에 감자도 빠질 수 없다.

고기와 감자를 뜨거운 기름에 먼저 익혀 겉면을 노릇하게 만든 다음, 큼직한 솥 안에서 양파와 함께 천천히 익혀 낸다.

조리법에 따라 약간의 물을 더하거나, 고기와 감자에서 나온 수분을 활용하기도 한다. 뚜껑을 덮고 충분히 익히면 솥 안의 열기와 수증기, 고기의 지방이 재료에 깊은 풍미를 남긴다.

커민과 고수 씨앗 같은 향신료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 음식의 매력은 복잡한 향신료보다 고기와 감자 자체의 묵직한 풍미에 있다.

고기는 부드러워지고, 감자는 고기의 기름과 육즙을 머금는다.

한 접시만 보아도 든든하다.

화려한 장식도, 섬세한 소스도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음식이다.

마치 광활한 중앙아시아의 풍경처럼 호방하고 투박하다.

나는 그런 음식이 좋다.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커다란 솥에서 함께 익히며, 여럿이 둘러앉아 나누어 먹는 음식.

그것은 단순한 조리법을 넘어 하나의 생활 방식처럼 느껴진다.

지중해 건너편의 양갈비, 카스탈레타

그런데 카잔 케밥을 먹다 보면 내 머릿속에 또 다른 음식이 떠오른다.

바로 레바논과 레반트 지역의 카스탈레타(Kastaleta)다.

카스탈레타는 양갈비를 뜻하거나 양갈비로 만든 요리를 가리키는 명칭이다.

가장 익숙한 모습은 숯불이나 그릴에 구운 양갈비다.

올리브유와 레몬즙, 마늘, 후추, 허브 등을 활용해 고기를 재워 두었다가 뜨겁게 달군 불에 굽는다.

집집마다 조리법은 다르다. 올스파이스나 시나몬, 커민, 고수 가루 같은 향신료를 사용하기도 하고, 석류 농축액으로 새콤달콤한 풍미를 더하는 변형도 있다.

고기의 겉면에는 먹음직스러운 갈색 빛깔이 돌고, 적절히 익힌 속살에는 육즙이 남는다.

레바논의 식탁에서는 이런 고기를 피타 빵, 훔무스(Hummus), 마늘 소스인 툼(Toum), 신선한 채소와 함께 즐길 수도 있다.

카잔 케밥이 가마솥 속에서 완성되는 묵직하고 부드러운 요리라면, 구운 카스탈레타는 불과 향신료의 풍미를 더욱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 주는 음식이다.

조리법은 다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음식에서는 닮은 인상이 느껴진다.

큼직한 양고기를 중심에 놓고, 고기 본연의 풍미를 아낌없이 즐긴다는 점에서 말이다.

포도잎 아래에 숨겨진 또 하나의 공통점

그런데 레반트의 음식문화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카잔 케밥과 한층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와라크 에나브(Warak Enab)라는 포도잎 쌈 요리다.

포도잎 안에 쌀과 다진 고기, 향신료 등을 넣고 작게 말아 냄비에서 익히는 음식으로, 레바논과 레반트 지역의 가정식에서 친숙하게 만날 수 있다.

이 요리에는 여러 조리법이 있는데, 그중에는 양갈비를 냄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포도잎 쌈을 촘촘히 쌓은 뒤 함께 익히는 방식도 있다.

영어로는 Warak Enab with Lamb Chops라고 설명할 수 있고, 아랍어 요리명에는 카스탈레타라는 표현이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냄비에 담긴 양갈비와 포도잎 쌈은 국물과 향신료의 풍미를 나누면서 서서히 익어 간다.

여기서 나는 카잔 케밥을 떠올렸다.

물론 두 요리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카잔 케밥은 고기와 감자를 먼저 기름에 익힌 뒤 솥에서 마무리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반면 포도잎 쌈 요리는 쌀과 고기를 채운 포도잎, 양갈비, 레몬즙과 육수가 서로 어우러지는 음식이다.

그럼에도 커다란 솥이나 냄비 안에서 고기를 천천히 익히고, 다른 재료가 고기의 풍미를 머금도록 한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서로 다른 음식이지만, 맛있는 고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비슷한 지혜를 발견한 셈이다.

한 식탁에서 발견한 뜻밖의 친척

여기서 개인적인 경험 하나를 이야기하고 싶다.

얼마 전, 가까이 지내는 레바논인 종교 지도자와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한 형제와 함께 우즈베키스탄 할랄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날 내가 주문한 음식은 카잔 케밥이었다.

큼직한 고기와 감자가 담긴 접시를 앞에 두고 식사하다가, 문득 레바논의 카스탈레타가 떠올랐다.

나는 옆에 앉아 있던 레바논인 종교 지도자에게 말했다.

“이 우즈베키스탄의 카잔 케밥은 어쩐지 레바논의 카스탈레타와 닮지 않았나요?”

그는 내 이야기를 듣고 웃으며 크게 공감했다.

아마도 그에게는 익숙한 양갈비 요리의 모습이, 나에게는 중앙아시아와 레반트 사이의 공통점으로 보였던 것일 테다.

별것 아닌 짧은 대화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순간이 참 좋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고,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서로 다른 식탁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한 접시의 음식을 앞에 두고 같은 것을 떠올리는 순간.

그때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하나의 언어가 된다.

서로 다른 땅, 비슷한 식탁

우즈베키스탄의 카잔 케밥과 레바논의 카스탈레타.

하나는 중앙아시아의 커다란 솥에서 익고, 다른 하나는 지중해 동쪽의 숯불 위에서 구워진다.

그리고 때로는 레반트의 가정식처럼, 양갈비가 다른 재료와 함께 냄비 안에서 천천히 익기도 한다.

두 요리가 직접적인 역사적 혈연관계를 가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서로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재료와 생활환경 속에서 비슷한 조리의 지혜를 발전시켜 왔다는 점이 흥미롭다.

나는 다양한 할랄 음식을 접할수록 이런 공통점을 더 자주 발견한다.

우리가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문화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비슷한 감각과 생활의 지혜를 공유하고 있다.

그때마다 나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실감한다.

어쩌면 인류애란 거창한 선언이나 어려운 철학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같은 식탁에서 음식을 나누고, 익숙한 맛을 발견하고, 함께 웃는 순간에도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가마솥 하나, 양갈비 한 접시.

그 작은 식탁에서 나는 다시 한번, 서로 다른 땅에 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느꼈다.

참 재미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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