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INK Founder · 2026-11-05

알고 보면 사촌?! 우즈베키스탄 삼사, 인도 사모사, 아랍 삼보사

이름도 생김새도 닮은 세 음식, 페르시아에서 이어진 음식문화의 연결고리

알고 보면 사촌?! 우즈베키스탄 삼사, 인도 사모사, 아랍 삼보사

알고 보면 사촌?! 우즈베키스탄 삼사, 인도 사모사, 아랍 삼보사의 공통 뿌리

서로 다른 땅, 닮은 음식 — 페르시아에서 이어진 세 가지 이름의 이야기

한국에서 만나는 우즈베키스탄의 삼사(Samsa)

한국에서 할랄 음식을 찾아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낯설었던 음식과 문화가 일상의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느낀다.

언제부터였을까. 한국 곳곳에 우즈베키스탄 할랄 음식점과 중앙아시아 출신 무슬림들의 공동체가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도 차로 10분 남짓 나가면 우즈베키스탄과 인접 국가 출신 사람들이 모이는 상권과 식당들을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삼사(Samsa, 우즈베크어로 Somsa)다.

삼사는 밀가루 반죽에 양고기나 소고기, 닭고기, 양파 등을 넣어 구운 음식이다. 할랄 식당에서는 이슬람의 식생활 기준에 맞춰 준비한 고기를 사용하며, 고기 대신 감자나 호박, 채소를 넣기도 한다.

전통적으로는 탄디르(Tandir)라고 부르는 화덕의 뜨거운 벽면에 반죽을 붙여 굽는다. 겉은 노릇하고 바삭하지만, 속에는 고기와 양파에서 나온 촉촉한 육즙이 남는다.

크기도 제법 크다. 특히 큼직하게 만든 삼사는 성인 남성의 주먹만 하거나 그보다 큰 경우도 있다.

내가 접한 곳에서는 몇 천 원 정도면 삼사 하나를 맛볼 수 있었는데, 넉넉한 크기라면 한두 개만으로도 간단한 한 끼를 해결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그렇게 식사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 음식이 단순한 간식을 넘어 일상적인 식사의 일부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나의 첫 할랄 음식, 인도·파키스탄의 사모사(Samosa)

그런데 이 삼사를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바로 인도와 파키스탄의 사모사(Samosa)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10년 무렵, 군 복무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내가 할랄 음식이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한 것도 인도·파키스탄 음식점을 통해서였다.

평소 인스턴트 카레나 레토르트 카레도 즐겨 먹던 나에게 인도·파키스탄의 향신료 음식은 그다지 낯설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다양한 커리와 탄두리 치킨, 케밥 등을 만날 수 있었고, 메뉴 한편에는 삼각형 모양의 작은 음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사모사였다.

사모사는 밀가루 반죽 속에 으깬 감자와 완두콩, 양파, 향신료 등을 넣어 만든다. 지역과 취향에 따라 렌틸콩이나 다진 고기, 파니르(Paneer)라는 인도식 치즈가 들어가기도 한다.

마살라와 각종 향신료가 어우러져 특유의 풍미를 내며, 대체로 기름에 튀겨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처트니(Chutney) 같은 소스를 곁들이는 경우도 많다.

내가 흔히 접했던 사모사는 우즈베키스탄의 큼직한 삼사보다 작아서 한 끼 식사보다는 간식이나 곁들임 음식에 가까웠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묘하게 닮았다.

반죽 속에 고기나 채소를 넣고, 그 안에 향신료를 더해 하나의 음식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아랍권에도 있다? 라마단의 삼보사(Sambusa)

재미있는 사실은 이와 닮은 음식을 아랍권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삼보사(Sambusa 또는 Samboosa). 레바논을 비롯한 레반트 지역에서는 삼부사크(Sambousek 또는 Sambusak)라는 이름도 사용한다.

아랍권에서 삼보사는 특히 라마단(Ramadan) 기간의 이프타르(Iftar) 식탁과 친숙한 음식이다.

무슬림들은 라마단 동안 새벽부터 해 질 때까지 금식하고, 저녁이 되면 이프타르라는 식사로 그날의 금식을 마친다. 이때 삼보사는 수프나 다른 요리들과 함께 식탁에 오르곤 한다.

삼보사의 모양과 반죽은 지역마다 다르다.

걸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삼보사 중에는 춘권이나 필로(Filo) 페이스트리처럼 얇은 반죽을 삼각형으로 접어 바삭하게 튀기는 종류가 있다. 반면 레바논과 시리아 등에서는 반달 모양으로 빚은 삼부사크도 흔히 볼 수 있다.

속 재료 또한 다양하다.

다진 양고기나 소고기, 닭고기를 넣기도 하고, 페타 치즈나 지역의 전통 치즈를 넣은 치즈 삼보사도 있다. 양파와 후추, 커민, 파슬리, 잣 등을 활용해 풍미를 더하는 조리법도 있다.

내가 맛본 일부 아랍식 삼보사는 인도식 사모사에 비해 향신료의 존재감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별도의 소스 없이 속 재료의 풍미를 즐기거나 레몬즙을 살짝 곁들이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모든 아랍 삼보사가 같은 맛을 내는 것은 아니다. 지역마다, 가정마다, 그리고 만드는 사람마다 그 맛과 조리법은 달라진다.

그런 차이를 발견하는 것 역시 음식을 탐험하는 즐거움이다.

서로 다른 세 음식, 페르시아라는 연결고리

이쯤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하나 생긴다.

우즈베키스탄의 삼사, 인도·파키스탄의 사모사, 아랍권의 삼보사.

왜 이름까지 이렇게 비슷할까?

단순한 우연일까?

놀랍게도 이들의 이름은 페르시아어의 옛 표현인 산보사그(Sanbosag)와 연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세 아랍 요리 문헌에도 Sanbusak, Sanbusaq 등의 이름으로 속을 채운 반죽 음식이 등장한다.

즉, 오늘날 우리가 서로 다른 국가의 전통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이 음식들은, 오래전부터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남아시아를 오가던 음식문화의 넓은 계보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물론 세 나라의 모든 조리법이 하나의 원형에서 그대로 갈라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음식은 이동하면서 현지의 재료와 입맛을 받아들이고, 오랜 세월에 걸쳐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에서는 화덕에 구워 든든한 식사가 되었고, 어느 지역에서는 향신료를 가득 품은 바삭한 간식이 되었으며, 또 다른 지역에서는 라마단의 이프타르 식탁을 장식하는 음식이 되었다.

이름은 닮았지만, 각자의 땅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아온 셈이다.

국경을 넘는 음식, 닮아가는 식탁

나는 서로 다른 나라의 음식을 접할 때마다 이런 순간이 유독 재미있다.

처음에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처럼 보였던 음식들이,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뜻밖의 공통점을 드러낸다.

어떤 음식은 재료가 닮았고, 어떤 음식은 조리법이 닮았으며, 또 어떤 음식은 이름과 역사 속에 오래된 연결고리를 간직하고 있다.

우리는 음식에 국가의 이름을 붙이고, 그 나라만의 전통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음식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국경보다 훨씬 오래된 교류의 흔적을 발견할 때가 있다.

어쩌면 식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서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우즈베키스탄의 삼사, 인도·파키스탄의 사모사, 아랍권의 삼보사.

알고 보면, 이름만 다른 먼 친척들이었던 셈이다.

참 재미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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